퀀텀점프2025 2023. 12. 16. 20:46


유달리 내 인생에는 '8'이라는 숫자가 많이 들어있다. 더 자세히 말하면 '18'이라는 숫자가 많이 들어있다. 잘 발음하면 욕이 되는 그 숫자 '18'. 내가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무례하게 굴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니 이해하시길..

이 숫자 '18'과의 인연은 내가 태어난 날 시작되었다. 1월 18일 내 생일이다. 추운 겨울에 태어났다. 나는 추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노우보드 타겠다고 겨울이 오면 좋아라 스키장으로 달려가니 어찌보면 아이러니하다.

예전에 집집마다 전화기가 있던 시절, 우리집 전화번호 끝자리는 1845였다. 친구들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모든것에 깔깔꺼리던 십대 친구들은 전화번호로 나를 놀리기도 했다. 삐삐가 생겼을 때도, 핸드폰이 생겼을때도 기억하기 편하게 나는 끝자리를 1845로 만들었다. 지금도 내 전화번호 끝자리는 1845이지만, 외국에서는 그 오묘한 '18'의 뜻이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12월 18일에 결혼을 했다. 그러고보니 몇일 뒤면 결혼 기념일이다. 해마다 결혼 기념일이면, 기념선물로 사준다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어딨냐며 남편을 놀린다. 남편은 어눌어눌 말하면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결혼기념일에는 둘이서 외식을 주로 했었다. 스테이크를 써는 것이 주 메뉴였는데, 집에서 만든 스테이크가 더 맛있어진 이후로는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올해는 무엇을 할까? 아마 스키장에서 놀고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내 인생은 '18'과의 멋진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적다보니 '8'자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하게되었다. 사람들은 팔자, 즉 운명을 믿는다. 자신의 사주팔자를 보기위해 역술가, 점술가를 찾아가기도 한다. 미래에 어떤 운이 있는지, 액운이 있다면 언제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것을 예뱡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등등을 알기 위해서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 해외에 나와 살기전에 답답한 마음에 지방에서 서울까지 아주 용하다는 할아버지 역술가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위가 안 좋으셨던 이 분은 역술을 보다가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그냥 바로 그날 점포 문을 닫는 분이셨다. 새벽 첫차를 타고 일찌감치 도착해서 3번째로 그 할아버지 역술가를 마주했었다. 나의 주 질문은 지금 돈도 없고 상황도 되지 않는데 나는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 과연 이것이 나에게 맞는 것인가?였다. 굉장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보시던 그분은 딱 이렇게 말했다. "너는 큰 나무를 휘감고 자라는 잡초야. 겨울에 태어나서 햇볕도 부족하고 날씨도 안 좋아서 자라기도 힘들어. 한국에 있으면 꽃을 못 피우는데, 넌 나가면 꽃을 피울 팔자야."라고. 나보고 대놓고 잡초라하셨다. 하다못해 수풀을 이루는 조그마한 나무도 아니고 잡초. "그리고 너 평소에 기가 눌려살았는데, 지금 무슨 일인지 기운이 들어와서 니가 하고픈거 지금해야 해. 아니면 평생 다시 기회가 오기 힘들꺼야."라고.

그런데 신기한게 그때 그 묘하게 나를 '탁'하고 치는 그 분의 말씀이 큰 힘이 되어 나는 나의 결심을 강행하게 되었다. 남편과 친정, 시댁의 반대에도 꿋꿋히 평소와는 다르게 내가 하고자하는 것을 추진해갔다. 몆번의 막장 드라마같은 에피소드 후에 나는 우리집 대표로 먼저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인생에 팔자라는 것이 정해져있다면, 인생은 매우 지루할 것이다. 하지만 힘이 되는 운명을 미리 안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나의 경우가 그러했듯이. 인생은 참 묘하다. 그래서 더 설레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