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점프 스토리/영어이야기

내 인생에 있어서 영어는?

퀀텀점프2025 2024. 1. 7. 22:54

출처 Clariss Watson@ unsplash.com

최근에 가입한 동기부여 카페에서 나와 마주보기 미션에 대한 5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했다. 얼마전 변화 글쓰기 모임에서 올려주셨던 하루 한가지 자신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적어보는 경험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게 하는 질문에 대한 책이 없나 찾아보다가 요즘 나의 화두 중에 하나인 질문을 스스로 하나 꺼내게 되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영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영어와 나는 애증의 관계에 있다. 반드시 필요한 인생 동반자이고,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괴로움을 주는 존재이다. 중요한 것을 알지만 부담감이 커서 때때로 도망가고픈 존재. 그러다가도 이 아이를 통해 나의 영역이 확장된 것을 알면 또 엄청난 만족감과 뿌듯함을 주는 존재.

솔직히 나는 지금도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의사 면허 시험을 준비할 때 하루에 4~8시간씩 영어로 된 전공서적을 읽었다. 책상에 앉아서 몇시간이고 이러고 있으니 정말로 속이 울렁거렸다.그 뒤로 이런 경향이 생겼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모국인 한국어보다 가독성이 떨어지고, 언제든 튀어나오는 새로운 어휘에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뇌를 써야하니 에너지 쓰기가 귀찮아서 자꾸 멀리하려는 것이다. 쓰고보니 내 문제점이 잘 보인다. 역시 기록은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한다.

영어로 듣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어는 굉장히 피곤한 언어이다. 발음을 제대로하기 위해서는 입을 많이 움직여야한다. 혀도 이리저리 같이 움직여야한다. 강세가 있어서 뱃심도 좀 써야한다. 단조로운 한국어에 비해 변화무쌍하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가 사람들이 알아듣게 발음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한다. 나는 직업상 하루 종일 클라이언트와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한다. Follow up을 위해서 전화로 또 말한다. 병원에서 일하는 스텝들과도 의사소통을 위해 말한다. 스몰토크부터 일 관련 지시사항까지 말하고 말한다. 한국어로도 말하기를 딱히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스몰토크로 일상을 영위하는 이 영어문화가 피곤하기도 하다.

말하기는 듣기를 동반한다.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사오정 소리를 들었던 나이니 영어라고 다르지 않다. 특히 에너지가 떨어지는 오후가 되면 듣고 말하기에 지친 나의 뇌는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그럼 내 주변의 영어는 화이트 노이즈가 되어 버린다. 아직도 영어를 뇌가 소화하는데는 한국어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런 강제적인 영어환경은 일정량 이상의 노출을 통해 나의 영어실력의 향상을 가져왔다.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이 퀀텀점프를 하게 해주었다. 꿈속에서도 영어로 말하는 경우가 생겼다. 빨래를 개면서도 넷플릭스를 부담없이 보게 되었고, 전화영어에 심장이 쿵쾅쿵쾅거리지도 않게 되었다.

기본적인 것은 갖추어졌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또 다른 점프를 해야하는 시점이 왔다. 영어로 된 책을 더 편하게 읽고, 글쓰기를 늘이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한다.

모닝루틴에 원서읽기를 집어 넣었다. 나의 저항성을 낮추고 매일 실행하는 습관으로 영어책 읽기가 습관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아침 20분. 처음에는 집중이 안되고 읽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렸다. 3주가 지나니 조금씩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재미가 생겼다. 요렇게 계속해나가면 되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퓨처셀프도 네 안에 잠자는 거인을 깨워라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서 줄을 서 있다.

올해 목표에 영화 2편 쉐도잉하기를 집어넣었다. 영어 소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익혀온 노하우를 나누고 과거의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을 누군가를 돕고 싶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같이하면 가능하다. 누군가의 성장의 길에 나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바램이다.

결국 애증의 관계인 영어라는 녀석은 나에게 큰 영향력을 주는 인생의 동반자이다. 손 잡고 다독이며 함께 잘 가보자꾸나. 영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