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소소한 캐나다 일상

두려움과 의심을 넘어 즐거움으로

퀀텀점프2025 2023. 12. 20. 13:23

출처 unsplash.com

재미있는 글쓰기 주제를 받았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 아닌가 싶다. "요즘 주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내가 진짜 원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나는 지금 두려움과 의심의 감정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고, 즐거움과 신남의 감정을 원하고 있다.

지금을 감정을 마주보는게 쉽지 않다. 그냥 고이고이 덮고, 하하호호 나는 지금 즐겁고 신나요라고 사회적 가면을 쓰고 가고 싶다. 그러면 더 신나지 않을까 싶어서. 나의 나약한 모습을 스스로도 밖으로도 들어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지금 두렵다. 직장에서 보스가 툭 던진 한마디. "우리 연봉협상이 언제지?" 한마디에 1월이라고 대답하면서도 덜컥 '요새 경기도 어려운데 나 짤리는 거 아니야?'라는 두려움이 올라온다. 그러면서도 아니다, 그냥 체크하는거다. 이런 마음으로 그 두려움을 꾹꾹 누르려고한다. 내가 왜 이런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한마디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렇다. 클라이언트와 관계도 좋고, 진료도 수술도 그럭저럭 잘하고 있다고 자체 평가를 하고있다. 그러나 뛰어난 점이 없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것도 내 자체 평가이지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진료시간에는 허허호호 하지만 그들이 진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수 없는 것이다.

아마 몇일전에 있었던 클라이언트와의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컴플레인을 내가 알게되어 더 그런지 모르겠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안다. 그것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에 적용할 지도 알게 되었다. 성급함이 원인이었다. 순간적인 결정을 다른 동료들과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고객에게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고, 고객은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게 내 실수가 드러나면, 나는 마치 사람들앞에 벌거벗은 채로 드러나는 것 같아 뭐라 말할 수 없은 자괴감을 느끼는 때가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우리병원에서 연차가 제일 적다. 당연히 수술도, 진료도 경험적인 면에서 다른 동료들보다 떨어진다. 게다가 유일한 외국인 노동자이다. 캐내디언이 아니다. 내 자신을 변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이다.

병원에서 수의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다. 길고도 어려운 외국수의사가 거쳐야하는 수료과정을 마치고 수의사로 일한지 2년이 조금 넘었다. 나는 한국에서 아예 임상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모든 것을 맨땅에 헤딩하듯 낯선 땅에서 다시 시작했다. 동료중 한 명은 나에게 여러번 말했었다. 내가 너였더라면 나는 너처럼 외국에서 모국어가 아니 말로 새롭게 시작을 못했을 거라고. 대단하다고. 나도 내가 가야할 길이 이렇게 길고도 험난한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냥 무턱대고 시작했기에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다.

인생에는 끝이 없다. 나는 내가 20년전에 그토록 원하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도착하고 보니 또 내가 가야할 길이 보인다. 두려움에는 실체가 없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을 하고 있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내가 발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조금씩 먼지같은 성공으로 다시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또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자 영어 소모임을 만들었나보다. 매일 20분 전공공부를 시작했나보다. 어쩌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원하는 지점과 나의 현재상태의 차이가 너무 커서 두려움과 의심으로 뒤덮으려 하는 지도 모른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땅꼬마에게 거인의 시선으로 말을 건다.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으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일어난다 한들 넌 또다시 다른 선택을 할꺼고, 셀프 퇴장만 안 하면 네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꺼야."

두려움과 의심을 발판삼아 성장하고 즐거움과 신남을 삶을 사는 미래의 나와 하이 파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