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대문이름을 "캐나다사는 수의사 이야기"라고 걸어 놓고는 한번도 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없다. 드러내놓고 얘기하기 쑥스럽기도 하고 내 직업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가 좀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기록을 하는 블로그. 내 생각을 기록하는 부분이니 편한 마음으로 쓰기로 했다.
나는 현재 캐나다에서 소동물 수의사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수의학과를 나왔고 수의사 자격증을 땄기 때문에 북미(캐나다, 미국)에서 수의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평가 과정을 통과해야만 했다. 미국으로 이주하는 의사, 약사,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평가시스템이 까다롭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 평가 시스템이 거의 같다. 북미에서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한가지는 일련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수의과대학에 지원하여 마지막 4학년 로테이션을 통과하는 것이다. 전자는 캐나다의 경우 NEB(National Examining Board)에서 담당하고, 미국은 ECFVG(Educational Comisson for Foreign Veterinary Graduates)에서 담당한다. 수의과대학에 지원하여 로테이션을 하는 과정은 PAVE(Program for the Assessment of Veterinary Education Equivalence) 과정이다.
나는 일련의 시험을 쳐서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전자의 방법을 통해 면허를 받았다. 시험을 쳐서 면허를 따든, 학교에 들어가든 두 과정 다 길고도 비용도 많이 드는 과정이다. 북미의 수의사 진입장벽은 높고도 높다. 엄청나게 많은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명하듯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도 크고, 그에 따라 돌봐주는 수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고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가지고 있다. 수의사들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와 만족감이 높다. 수의과대학에 들어가는 경쟁도 치열하다. 캐나다는 특히 수의과 대학이 5곳 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에 한곳이 추가되었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일반대학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단지 성적뿐만이 아니라,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져 있어야 하고, 인터뷰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전문직이고 자긍심이 높다보니 다른나라에서 오는 수의사들에 대해 배타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내가 선택한 과정은 우선 영어시험 통과, BCSE (Basic Clinical Science Exam), NAVLE (북미수의사자격시험), 그리고 CPE (Clinical Proficiency Exam, 임상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CPE 전에 쳐야하는 PSA (Pre-Surgical Assessment?) 라고하는 수술 시험을 칠 능력이 되는지 테스트하는 mini test가 하나 더 있다.
일단 보드에 등록하면 시작부터 시험을 완료할 때 까지 3-5년정도의 제한된 기간을 준다. 내가 등록을 했던 저 멀고도 먼 옛날에는 없었던 기준인데 몇년전에 생겼다. 시험을 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영어시험은 IELTS나 토플 시험 성적을 내면 되는데, 스피킹 점수가 다른 영역 점수보다 높아서 통과하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BCSE와 NAVLE는 컴퓨터로 하는 필기시험이라 인증된 테스트센터가 있는 지역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칠 수 있다. BCSE는 2-3달마다 계속 지원할 수 있지만, NAVLE는 북미수의사 시험이기때문에 미국, 캐나다 대학생들과 같은 기간에 치게된다. 그래서 시험이 1년에 2번 밖에 없다.
마지막 관문인 CPE가 이 시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은 미국과 캐나다의 지정된 장소에서 3-4일에 걸쳐 치루어지는데, 시험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끝내준다. 7과목(소동물 임상, 대동물 임상, 부검, 방사선, 마취, 수술)등 전반에 대해 직접 케이스를 보고 진료, 진단, 처방까지 내려야하고, 특정 실험방법이나 처치방법을 직접 시범을 보이고, 개 중성화 수술을 주어진 시간에 완료하고, 수술 마취 모니터링과 마취시 생기는 여러 상황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3-4일 동안 시험을 치는데 압박감이 심해서 대부분 응시자들이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안넘어간다. 그리고 실습시험인만큼 시험비용이 비싸고, 7과목에서 4과목이상을 붙으면 떨어진 과목만 다시 시험을 응시할 수 있지만, 4과목 이상 떨어지면 전체를 다시 응시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자신이 실제로 일할 주의 수의사 법률?시험을 치면 정식 수의사 자격증을 가지게 된다.
정말 시험, 시험, 또 시험의 연속이다. 나는 최근에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수의사 면허를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내가 원하지 않은 한 시험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 내 오랜 꿈이었던 북미 수의사가 된 것이다!!!
이 과정을 해가는 동안 많은 주에서 NAVLE 즉, 북미 수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하면 restricted lisence를 신청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 수퍼바이저 수의사 아래에서 수의사로 일할 수가 있다. 나도 이렇게 해서 모든 과정을 마치기 전에 수의사로서 소동물 병원에서 임상을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 실습시험을 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일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일하는 병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어서 시험치는 동안 많은 경제적인 지원도 받았다.
오늘은 캐나다/미국 수의사가 되는 대충을 과정을 써보았다. 다음에는 이 과정을 겪어온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더 해볼 생각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되는 미국수의사나 캐나다 수의사를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질문 언제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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