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점프 스토리/성장일기

나의 회복탄력성 측정 기회가 왔다

퀀텀점프2025 2024. 1. 7. 00:26

부서진 불쌍한 내 사이드 미러 ㅠㅠ

어제 아침 차고에서 차를 꺼내다가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깨먹었다. 우리집 차고는 차가 딱 한대 들어갈 수 있는데, 차가 커서 겨울에 눈이 오면 치우기 힘든 내 차를 집어넣는다. 항상 조심스럽게 집어넣고 뺀다고 하는데 사고나 나버린 것이다.

냠편은 항상 내가 차를 차고에 넣는 걸 보면서 오른쪽으로 너무 붙여 넣는다고 타박을 했다. 내리는 운전석은 왼쪽이고 차고에 꽉차다 보니 항상 오른쪽을 아슬아슬하게 벽으로 붙여놓는 경향이 있었다.

어제 차를 뺄때 오른쪽을 보지 않았고, 평소에 똑바로 되어있던 핸들이 약간 왼쪽으로 틀여져있었다. 그러니 평소처럼 후진하더라도 오른쪽으로 더 붙게 되어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드미러가 박살난 것이다. 우선 내려서보니 유리는 금이 갔어도 다시 끼우니 들어갔다. 컨트롤러로 움직이니 잘 움직이고, 깜빡이도 들어온다. 그래서 바로 출근했다.

출근하는 동안에도 계속 신경이 쓰여, 틀어놓은 동영상 목소리에 집중이 안되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충격이 덜 했다. 긍정적 정서를 쌓아온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인 분이 운영하는 차수리점에서 견적을 듣고나니 멘탈이 흔들렸다. 사이드미러를 교환하는 총비용이 2천불이 넘는다. 그 사장님도 생각보다 비싼 부품가격에 놀랐다고 하셨다. 그리고 여기는 인건비가 비싸니, 부품값과 인건비 합쳐서 2천불이 넘고, 거기다가 13% 텍스가 붙는다. 총 비용이 2천불 중반대가 되는 것이다.

마음이 복잡했다. 화도 났다. 요즘 10년이 넘은 전자제품들이 서서히 생을 마감하고 있어서 연말부터 계속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 집 난방을 책임치고 있는 퍼니스도 작동 상태가 영 시원치 않아 조만간 교체를 고려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거기에 주의를 기울렸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일어난 것이다. 순간의 몇 초가 2천불이 넘은 비용을 발생 시켰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내 상황에 화가 났고,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는 일을 만든 내 부주의함에도 화가 났다. 그러고 나니 우울감이 밀려들었다.

이전 같으면, 이 우울감때문에 모든 것에 손을 놓고, 대충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우울하고 기분은 안 좋지만, 해야하는 루틴에서 꼭 해야하는 것들을 마무리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성공확언 100번 쓰기를 하고, 다이어리에 내 상태를 기록을 했다. 다이어리 인증은 빼 먹었지만, 오늘 아침 4시 55분에 기상해서 오늘 할 일을 했다.

'회복 탄력성'에서 배운 스토리 텔링 기법을 나에게 적용했다. 이번 일은 단지 일회성에 지나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타깝게 일어나긴 했지만, 이 일 말고는 다 잘 진행되고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어쨋든 부서져도 작동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모든게 내 책임이다.

식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시이드 미러 얘기하다 나온 비난도 수용하고, 결국은 가족들의 위로를 받으며 훈훈히 자리를 마감했다. 앞으로도 부서진 사이드 미러를 고치기 전까진 속이 좀 쓰릴 것이다. 남편의 잔소리는 덤으로 따라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와 동시에 나의 회복탄력성을 시험해 준 좋은 기회라는 것을 함께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책을 읽고, 배운 것을 나에게 적용하여 더 나은 나로 성장시키는 귀한 기회를 부서진 사이드 미러가 나에게 준 것이다. 부서진 사이드 미러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