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소소한 캐나다 일상

직장맘이 저녁 식사 준비에서 살아남는 법

퀀텀점프2025 2024. 1. 13. 20:28

출처 Kevin McCutcheon@unsplash.com

나는 일을 재빠르게 후딱 후딱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금은 느린 거북이형 사람이다. 그래서 뚝딱 뚝딱 음식을 빠르게 준비해내는 사람이 부럽다.

많은 직장맘이 그러하듯, '오늘 저녁은 월 먹지?'가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하나의 일거리였다. 물어보니 내 직장 동료들도 다르지 않았다. 저녁을 뭘로 준비할지 정하는 게 힘들다고 얘기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에 치여 집에 돌아오면 배고픈 눈으로 나에게서 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식구들을 보면, 그래 이 배고픈 영혼들이 어서 배을 채우게 해줘야지 하는 엄마의 마음이 드는게 아니었다. 오히려 지친 몸을 이끌고 또 저녁을 준비해야 해서 힘들고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이 요리라도 좀 하면 좋을텐데 전혀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이다. 으레 밥때가 되면 여자가 밥을 차리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러한 문화를 보고 자란 전형적인 케이스다.  화도 많이나고, 싸우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포기했다. 대신 남편은 설겆이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고, 쓰레기 통을 비운다. 요리 이외의 영역에서는 많은 것을 하고 있으니, 만족한다.

여튼 저녁밥 준비는 항상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선을 좀 달리해서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선은 완벽하려는 마음을 버렸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저녁을 식사답게 좀 잘 차려 먹어야 한다는 마음을 버렸다. 곰곰히 나를 관찰해보니 저녁을 잘 차려내야 한다는 마음이 나에게 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이다. 덮밥이나 돈까스등 한그릇 요리로 생각을 전환하니 준비하기도 편하고 부담감이 덜해졌다.

미리 밀프렙을 준비한다. 사실 주중에 일하고 와서 저녁을 준비한다고 이리저리 허둥거리다보면 8시쯤 되어서 늦게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는 시간이 대략 6시되니 더 그런 것 이다.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차려진 밥상은 초라하기 그지없을 때 실망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분명 나는 바쁘게 준비했는데 차려진 것이 별로 없으니, 만족감이 떨어진다. 내가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요리 그자체보다 재료 준비에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재료를 다듬과 씻고, 써는 준비과정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장을 보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재료는 손질해 놓는다. 양파도 미리 까놓고, 파도 다듬어 썰어서 냉장, 냉동고에 준비해 놓는다.

무엇보다도 음식을 2배 만들어서 반은 냉동하거나 냉장으로 보관한다. 이러면 신선한 맛은 떨어지지만, 저녁식사를 정말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육수도 미리 우려내어 냉동한다. 쌀국수 육수를 만들어 냉동해 놓으면, 국수만 삶아서 육수를 부으면 끝! 김치찌개, 된장찌개, 육개장 등등 국이나 찌개를 냉동해 놓았다가 꺼내 놓으면 밑반찬 한 두개로도 꽤 괜찮은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냉장고를 수시로 들여보고 정리한다. 이러면 뭐가 있는지 파악이 잘 되어서 식사 준비가 쉬워진다. 이전에는 일주일 저녁 메뉴를 정해놓고 이대로 해야지 하고 실행해 본적이 있다. 결과는 폭망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다. 특히 계획을 짤 때에는 의욕이 넘쳐서 화려한 메뉴를 생각하지만 그렇게 만들지 못했다. 도리어 나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다. 지금은 퇴근하는 도중에 잠깐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를 생각해보고 저녁 메뉴를 정한다. 혹시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근처 마트에서 빠르게 구입해서 저녁을 만든다. 이도 저도 생각이 안나면, 냉동해 놓았던 국이나 찌개를 데워서 먹는다.

기록한다. 적지 않으면, 내가 어제 뭘 먹었는지 생각해 내기도 힘들다. 기록하고 일주일 동안 뭘 먹었는지를 보면 식구들이 좋아하는 것, 준비하기 편한것, 내가 어떤 요리를 빨리 준비하는 지등을 볼 수 있어 다음주 식단도 대충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저녁식사 준비는 마음을 고쳐먹고, 미리 밀프렙을 준비하고,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기록한 덕분에 훨씬 수월해 졌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저녁 준비를 스트레스 받던 것에서 주어진 시간안에 해내는 게임과 같은 자세로 보는 마인드의 변화이다. 혹여 나와 같이 직장맘으로 저녁 준비가 골칫거리인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