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지 47번째 되는 해였다. 매년 맞이하는 날이지만, 어제는 내 생일을 맞이하는 태도가 사뭇 달랐다.
평소에는 아침에 나에게 생일 축하해 라며 인사하는 것을 까먹은 식구가 있으면, 우선 섭섭했다. 눈짓과 몸짓, 아니면 대놓고 말로 뭔가 까먹은 것이 없냐며 생일 축하 인사를 어거지로 받았다.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섭섭함을 표했고,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섭섭했다. 그러다보니, 가끔 내 생일에 남편과 투닥거리기도 했다. 그러면 또 더 서운하다.
이렇지 않더라도 뭔가 내 생일인데 특별하게 챙겨받는 느낌이 없으면, 왠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 생일날 나의 정신은 다른 사람이 내 특별한 날을 어떻게 챙겨줄 것인가로 온통 쏠려 있었다.
올해는 달랐다. 우선 아침에 감사일기에 '나'라는 존재로 태어나서 감사하다고 썼다. 물론 아침에 출근 준비에 멍한 남편에게 몸짓으로 뭔가 잊은 건 없는지 물어보고, 아차한 남편이 생일 축하 인사를 건냈다. 그것으로 고마웠다. 아침 포옹으로 축하인사를 마무리했다. 끝! 섭섭함이 1도 없다. 생일 축하인사를 받아서 행복했다.
작은 아이가 일어나서 엄마 생일 축하해라면 인사를 건내며 표옹한다. 자신이 이번에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신청한 특별 프로그램 시험 준비로 엄마 선물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며 미안해 한다. 괜찮다. 생일을 축하해준 것 만으로 고맙다.
큰아이는 몸이 좀 안 좋다며 내가 출근할 때 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등교시간이 늦기 때문이다. 생일 축하 인사를 못 받았지만 섭섭하지 않다. 전에 같으면, 아파서 누워있더라도 서운함을 말로 표현 했을 텐데. 다르다.
출근하니 동료가 화이트 보드에 내 생일 축하메세지를 적고 있다가 들켰다. 너무 고맙고 기뻤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여기 사람들은 소소하게 챙겨준다. "Happy birthday!!"라고 여기저기서 말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내 동료들의 생일을 잘 챙겼던가? 반성한다.
내 생일은 소소한 스몰토크의 주제가 되고, 일을 마치기 직전, 동료들이 몰려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며, 생일 카드를 건내준다.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쑥스러웠는데, 올해는 당연히 축하를 받는다.
무엇보다 올해 생일에 달라진 것은 내 '자아'와의 대화를 한것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나에게 살며시 마음 속으로 말을 건냈다. '잘했어. 47년간 나에게 주어진 역할로 산다고 힘들었지? 부모님의 장녀로, 남편의 배우자로, 아이들의 엄마로, 직장에서의 역할로. 너무 너무 잘했어. 그리고 지금은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고 있잖아. 지금이라도 나와 대화하고 들여다봐줘서 고마워'라고.
순간 코 끝이 찡하고 마음이 울렁인다. 내가 올해 생일을 다른 마음으로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외부가 아닌 내부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삶이 더욱 충만해졌기 때문이다. 진짜 아이캔 대학 시작하기를 잘했다.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해준 아이캔 대학과 동기분들 소모임을 이끌어주시는 멘토분들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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